여기어때 블랙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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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여여담 포토그래퍼 드웨인|에디터 맨디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다. 익숙한 일상과 거리를 두고 싶다거나, 경험해보지 않은 세계를 만난다거나,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식을 먹기 위해서거나. 이렇게 나열한 이유들 외에도 숱한 여행의 목적들이 항상 떠나는 일을 설레게 만든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을 다녀오면 대부분 많은 것들을 채워 왔다고 말한다. 낯선 곳에서 영감을 채워오기도 하며, 여행지를 추억할 수 있는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가방 한가득 담아오기도 하고. 하지만 여기, 비워내는 것 또한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곳이 있다.

남해군 초입에 들어서면 드라이브 코스로도 잘 알려진 섬진강대로가 펼쳐지는데, 이 길을 따라 설천면을 반 바퀴 돌면 섬 속의 섬으로 불리는 주귀섬에 닿는다. 강진만 앞으로 빠끔히 고개를 내민 이 섬 안에 자리한 여여담은 비우는 것이 여행의 시작이자, 비워진 자리만큼 여유를 더 느끼고 돌아가는 것이 여행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여여담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한 소나무, 그리고 바다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진 창 앞에 서니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닌 파란 하늘 아래였다”고 말한 일본의 한 여행 작가 말이 떠오른다. 일상의 익숙한 기기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큰 창 밖으로 오직 자연을 바라보도록 만든 여여담의 의도 속에서 그간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재확인하게 된다.

블랙 포인트.

Pinetree View

남해 자생 소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객실

Meditation Room

싱잉볼과 함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선물할 명상룸

Outdoor Bath

바다가 펼쳐지는 프라이빗한 공간에 마련한 노천탕

Welcome Refreshments

체크인과 함께 제공하는 웰컴티와 다식 세트

시그니처 룸.

여여담은 두 개의 큰 건물에 총 아홉 곳의 독채를 조성했다. 네 채의 풀빌라에는 비움이라는 이름을, 다섯 채의 공간에는 여유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첫 번째 비움

여여담의 모든 독채는 짙은 티크색의 우드를 인테리어의 키 콘셉트로 가져간다. 특히 우드 벽면을 천장과 경계 없이 이어지도록 마감해 층고를 더욱 높아 보이게 만들었다.

독채 구조는 땅의 높낮이를 고스란히 살려 완성했다. 형태가 공간에 재미를 더한 셈이다. 그래서 출입구 바로 옆으로 조성한 침실보다 거실 겸 주방 공간은 지대가 낮고, 그로 인해 침실에서는 마치 객석의 관객이 스테이지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으로 창 밖 풍경을 조우하게 된다.

화장실과 욕실을 두 군데의 공간에 각각 나누고 그 가운데 세면 공간을 배치했다.

욕실의 통창 너머로 펼쳐지는 남해 전경은 사계절 내내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 통창은 미닫이문으로 되어 있어 이곳에서 수영장으로 곧장 나갈 수 있다.

침실부터 거실 겸 주방, 야외 수영장까지 모든 공간이 개방형 구조로 이뤄졌다. 가구부터 인테리어 소품, 냉장고까지 최소한의 컬러만 선택한 톤인톤 배치로 심플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비움

세 번째 비움은 조금 더 큰 공간 속에서 비워냄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다. 세 명 이상이 머물 수 있는 규모로, 미닫이문으로 공간을 구분 지은 침실을 비롯해 명상룸, 리빙룸 등이 구성되어 있다.

미닫이문을 닫으면 침실은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완전히 변모한다. 침실 뒤편에는 샤워실까지 갖춘 별도의 욕실을 마련하고 있다.

이 타입에서는 명상 공간을 알파룸처럼 조성했다. 왕골로 엮은 자리 위에 탁자를 비치하고 싱잉볼과 팔레산토까지 갖춘 이곳은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여행지 속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을 준다.

넓어진 독채 크기만큼 베란다와 야외 수영장 역시 앞의 타입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수영장 앞으로 펼쳐진 소나무와 바다 전경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론체어와 테이블도 함께 두고 있다.

수영장 앞으로 드물고 곧게 펼쳐진 소나무들은 단연 여여담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이곳의 소나무는 조경이 아닌, 본래부터 주귀섬 내에 자라고 있던 것들. 여여담은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여유

여유라는 이름이 붙은 다섯 곳의 독채 중 첫 번째부터 세 번째 여유까지는 두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아담한 규모의 공간으로 꾸려져 있다. 이 세 곳에서는 수영장 대신 노천탕이 자리한다.

첫 번째 비움과 마찬가지로 반복층 구조로 공간을 구분 짓고 있다. 단 출입구 바로 옆으로 화장실과 욕실이 자리한다는 것이 차이점. 그 앞으로는 침실이 조성되어 있다.

 

반복층 구조에서 침실을 가장 높은 곳에 배치한 이점은 침대에 누우면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독채 내 다른 공간이 시야에 걸리지 않은 채 창 밖 풍경만 온전하게 조망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방되어 있으나 마치 분리된 공간처럼 신경을 쓴 세심함이 전해진다.

야외 노천탕 주변으로는 작은 야생화 단지를 조성했다. 남해의 풍광 그리고 여여담의 건축과 두루 어우러지는 단지로 완성하기 위해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는 후문. 이곳의 야생화는 철에 맞춰 손수 조경을 바꾸고 있다.

네 번째 여유

이 타입은 침실부터 거실 겸 주방까지 모든 공간이 오픈 구조로 이뤄졌다. 출입구로 이어지는 복도 한편에는 세 번째 비움과 동일한 구성의 명상룸이 조성되어 있다.

공간 곳곳은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쉼에 있어 기능적인 것들만 남기고 나머지는 최대한 단순하고 자연적인 것으로만 살렸기 때문이다. 거실은 특히 이런 모던한 특징을 잘 담고 있다.

블라인드를 내려 독채 가득 들어차던 빛을 막으면, 공간은 어느새 영화관과 같은 아늑한 분위기로 변신한다. 비치된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OTT 서비스를 시청하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두기 좋다.

부대시설.

수정 여여담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곳은 수정이라는 이름의 본관 건물이다. 이곳은 1층을 로비로, 2층을 티룸으로 운영한다. 로비에서는 체크인과 함께, 여여담이 선별한 몇 가지 종류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2층 티룸은 다양한 크기의 창을 내어 남해의 풍경을 여러 구도 속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가로로 넓게 퍼진 큰 창으로 보이는 남해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멋이 있다.

티룸은 여여담의 대표들이 가장 공을 들인 장소다. 전통 왕골자리를 만드는 장인에게서 직접 공수했다는 자리를 깔아둔 좌석에는 일부러라도 꼭 앉아보라고 권한다고. 해 질 녘에 이곳을 찾으면 석양이 만든 그림자로 더 그윽해진 공간을 만날 수도 있다.

체크인을 마친 이들에게 제공하는 웰컴티와 다식 세트. 하동과 보성 등 남해 가까이 자리한 차 재배지부터 대만에서 가져온 찻잎까지, 다양한 종류의 차를 시즈널하게 준비한다. * 웰컴티는 14시 30분부터 17시까지 제공한다.

어메니티.

어메니티로는 두 개의 브랜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욕실에는 아로마티카의 샴푸, 컨디셔너, 보디 워시, 보디 로션이 갖춰져 있고, 세면 공간에는 모스의 핸드 워시와 핸드 로션을 준비했다.

여여담은 TV를 두는 대신 빔프로젝터와 블루투스 스피커만 갖추고 있다. 입실이 예정된 독채에는 미리 잔잔한 음악을 틀어 여행자를 반긴다.

입실에 맞춰 다음날 아침으로 먹기 좋은 조식 서비스를 미리 제공한다. 볶은 원두를 비롯해 빵과 잼, 요거트, 주스 등이 기본으로 준비되는데 원두의 경우, 그라인더와 드리퍼 등을 이용해 핸드 드립 커피로 즐길 수 있다.

에디터팁.

자연과 건축물의 공생 여여담은 주귀섬에서 자라고 있던 소나무를 한 그루도 베지 않고 완성한 공간이다. 특히 본관인 수정 건물은 그 터에서 자라고 있던 키 큰 소나무와 함께 조화될 수 있도록 지어진 것이 특징이다. 본관 2층 테라스로 나가보면 나무와 건물의 이러한 공생을 잘 살펴볼 수 있으니 놓치지 말고 나가볼 것.

에디터 스토리.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여여담이 세워진 부지는 ‘바다로 돌아가는 거북이의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주귀섬이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이곳을 내려다 보면 정말 거북이 머리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여여담의 ‘여여’는 ‘본연 그대로의 모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따왔다. 거북이가 바다로 향하는 그 당연한 이치처럼, 여여담을 찾는 이들 역시 자연 그대로의 순리 속에서 그저 잘 쉬었다 가기를. 그리고 비우는 것이 곧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시작이 된다는 이치까지도 발견할 수 있기를. 주귀섬이라는 이름과 여여하다는 단어에 깃든 의미가 왠지 모르게 똑 닮은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