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어때 블랙 선정

특별한 시간 여행

궁궐과 고층 빌딩들이 마주 서있고, 오랜 한옥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언덕 아래로 빽빽한 빌딩숲이 펼쳐진다.


오래된 가옥 옆에는 오늘도 새로운 맛집과 찻집이 문을 열고, 한복을 차려 입은 소녀들은 시간을 잊은 채 거리를 거닌다. 옛 서울의 흔적을 간직한 북촌의 풍경이다.

과거와 현재가 경계 없이 공존하는 북촌의 멋은 작은 호텔안까지 이어진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한옥과 오래된 양옥을 개조한 부티크 호텔이 하나의 담장 안에 있는 보눔1957의 이야기다.
보눔1957의 매력
“관광객들이 모두 돌아간 북촌은 너무 고요해서 서울이 아닌 것처럼 같아요. 이곳에선 북촌의 색다른 매력을 만날 수 있어요.”

매니저 제임스는 보눔1957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 개보수 과정을 모두 함께 했다. 뉴질랜드 출신의 그가 호텔 안내를 직접 맡아 능숙한 한국어로 호텔을 소개했다.
“오너가 오랜 지인인데,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호텔로 개조했어요. 현대와 전통을 이렇게 섞어 놓은 곳이 흔치 않아서인지 외국인 손님보다 한국 손님이 훨씬 많은 편이에요. "
오래된 양옥의 조화

마당을 사이에 두고 한옥과 양옥이 신선한 조화를 이룬다. ‘좋다’라는 뜻의 라틴어 ‘보눔’과 이 집이 지어진 해인 1957년에서 이름을 따왔다.
치마 저고리를 차려 입은 소녀와 더블 수트를 걸친 세련된 모던보이가 나란히 선 모양새다.


스타일이 다른 두 건물이 주는 조화도 신선하지만 재미있는 건 1957년에 지어진 집이 양옥이라는 사실이다. 한옥은 최근 집을 호텔로 개조하는 과정에서 지은 것이라고. 양옥은 그 시절에 지어졌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외관을 자랑했다.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마당에선 마당 가득 은은한 모과향이 풍겨왔다. 가을이면 무겁게 열매는 맺는 감나무와 모과나무다. 인파로 붐비는 북촌 초입에 위치해 있음에도 담장 안은 다른 세상처럼 조용하다.

체크인은 양옥 1층 리셉션에서 이뤄진다.

카드키를 받아 들고 무심코 고개를 들자, 샹들리에 위로 오랜 시간 이 건물을 지탱해온 대들보와 벽돌이 눈에 담겼다. 색이 바래고 표면은 거칠게 깎여 나간 모양새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건물을 지탱해온 나무와 모래의 시간을 헤아려 보았다.
보눔1957의 객실은 총 12개. 한옥의 온돌 객실 2개와 양옥의 침대 객실 10개 중 중 취향과 편의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현대적인 재료들로 지어진 보눔1957의 한옥은 전통적인 한옥보다 미끈하고 튼튼한 느낌을 준다.

창호지 대신 유리를 덧댄 미닫이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응접실로 꾸민 마루가 나왔다.

응접실을 사이에 두고 두 객실이 마주보고 있는 구조다. 파티션으로 집을 나눠 쓰는 형태로 호텔보다 게스트 하우스 형태에 가까웠다. 투숙 인원이 많은 경우에는 한옥 객실 2개를 예약해 독채처럼 쓸 수도 있다. 두 객실 모두 개별 욕실을 갖추고 있다.

최대 5인까지 투숙할 수 있는 온돌방이다.


샹들리에와 전통 자개장의 낯선 조합이 이질감이 없이 다가온다.

붙박이장 안에는 온돌방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을 배려해 두툼한 요와 여분의 이불이 마련돼 있다.

맞은편 한옥 디럭스 스위트 룸은 프리미엄 스위트 룸보다 크기는 작지만 구조는 동일하다. 최대 3인이 묵을 수 있는 넓이로 아이가 있는 가족에게 적합하다.

창호지를 덧바른 육각형 형태의 전통 창호가 자개장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온돌이 불편하거나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양옥 객실을 추천한다. 1층 객실에는 정원과 곧장 이어지는 공용 테라스가, 2층 객실에는 개별 테라스가 있어 한층 여유롭다.


호텔 내부는 60년이 넘은 건물이라는 사실을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다.
천장과 바닥, 계단 등은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남겨두었는데 촌스럽거나 낡은 구석이 없다. 한눈에 보아도 그 시절 구하기도 어려웠을 최고급 자재로 만들어졌다.

스튜디오 형태로 침실과 거실 공간을 갖춘 1층 주니어 스위트 룸.
바로 앞 테라스를 통해 보눔1957의 정원과 이어진다. 정원을 개인 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창가에는 긴 소파가 놓여 있다. 소파에 앉아 창 밖으로 정원과 한옥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다.

2층 주니어 스위트는 직사각 형태의 긴 레이아웃이 특징이다. 전통 문살로 모양을 낸 목재 파티션이 소파 공간과 침실 공간을 구분 짓고 있다.


유리 창문 안쪽에 목재 미닫이문을 덧대어 고전적인 매력을 더했다.

탁 트인 전망의 테라스에선 멀리 남산타워까지 선명하게 바라보인다.

더블 룸은 단촐하지만 넓은 테라스가 있어 전혀 갑갑함이 없다.



더블 룸을 모두 2층에 배치해 채광과 동시에 한옥마을 뷰를 누릴 수 있게 했다.


모던한 목재 가구와 전통 문살을 활용한 파티션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전체적으로 모던한 듯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통적인 요소들이 발견된다.

화장대 거울의 소재와 문고리도 묘하게 한국적인 느낌이 묻어 있다.

객실의 하나하나가 각기 다른 구조와 장식으로 특색 있게 만들어졌지만 청록색의 벽과 목재 장이 있던 디럭스 더블 룸이 가장 클래식하면서도 아름다웠다. 보눔1957만의 멋을 가장 잘 보여주는 방이다.

50년대의 것을 그대로 보존한 나무 바닥과 천장의 패턴, 붙박이 장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테라스로 나가면 북촌 한복판에 서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전통 한옥들이 모여 있는 풍경과 가회동 성당 안들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다.

보눔1957의 모든 욕실은 넓은 욕조와 이태리 수입 타일로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어메니티는 특급 호텔에서 즐겨 사용하는 에트로 제품으로 제공된다. 샴푸 겸 샤워젤과 컨디셔너 외에도 일회용 칫솔과 샤워캡 등이 어메니티로 제공된다.

리셉션에서 오른쪽 문을 통해 내려가면 호텔에서 운영하는 카페로 이어진다.

한옥마을의 길목과 이어져 있어 여행자들도 편하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다. 커피와 와인, 간단한 에피타이저를 판매하고 있었다.
북촌 한옥마을 어귀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역과 멀지 않아 찾아오기 쉽다. 고궁들과 인접한 가회동은 사대문 안의 명소를 두루 둘러보기 좋은 지점이다.

호텔 바로 옆에는 한옥성당으로 유명한 가회동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무형문화재 목수가 귀한 국산 적송으로 지은 정통 한옥의 아름다운 멋과 국내 천주교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지만, 주말 미사 시간에는 출입이 제한된다.

근처에 위치한 백인제 가옥은 1913년도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한옥으로 복도를 통해 안채와 사랑채가 이어진 구조가 이색적이다. 일본식 복도와 다다미 방, 2층으로 올린 사랑채 등 개화기 시대의 건축 스타일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시 지정 민속문화재로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에디터팁
제이드

※ 에디터노트 내용은 현 시점의 숙소 정보와 일부 다를 수 있습니다